반장선거, 자전적 인생그림책, 그림은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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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čas přidán 11. 04. 2024
  • 반장 선거
    글·그림 박소진
    내 이름은 박보배
    책 읽기를 좋아하고
    말수가 적은 조용한 아이.
    같은 반 아이들도
    내 이름을 거의 몰랐다.
    그 일이 있던 일주일 전까지는.
    일주일 전 반장 후보를 뽑았다.
    재미있는 아이
    친구가 많은 아이
    말 잘하는 아이
    나와는 다른 아이들,
    자신감 있는 아이들이 부러웠다.
    마지막 후보 한 명은
    선생님께서
    추천한다고 하셨다.
    그런데 그 아이는
    바로 나였다.
    얼굴이 화끈화끈 거리고
    가슴이 두근두근 요동쳤다.
    아이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박보배가 누구지?”
    “난 모르는 이름인데”
    “선생님이 예뻐하는 아이인가 봐.”
    “치~”
    반장 선거를 해보기도 전에
    난 유력한 탈락 후보가 된 것 같았다.
    쉬는 시간에 선생님께 말씀드렸다.
    “선생님, 저는 자신이 없어요.”
    “보배야, 선생님이 그동안 지켜보니
    보배는 자신감 외에
    반장을 할 수 있는 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어.
    그러니까 자신감을 가져도 돼.
    선거운동 기간 동안 너의 강점을 보여줘.”
    내가 반장이 되기에 충분한 아이라니
    마음이 몽글몽글해지고
    몸은 둥둥 떠오르는 것 같았다.
    내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자신감이 내 마음을 두드렸다.
    “엄마, 나 반장 후보 됐어.”
    “엄마도 이렇게 기분이 좋은데
    우리 보배는 얼마나 좋니?
    우리 집에 경사 났네.
    축하해 우리 딸”
    자고 일어나니 책상 위에
    어깨띠와 편지가 있었다.
    감동이었다.
    어깨띠 덕분일까?
    자신감이 충전되었다.
    “얘들아 안녕!
    나 기호 2번 박보배야.
    도움이 필요하면 나를 찾아줘.
    난 도움을 주는 반장이 되고 싶어.
    직접 말하기 어려우면
    이 고민 우체통을 이용해 줘.”
    청소를 더욱 적극적으로 했다.
    나의 강점 중 하나는 성실함이다.
    부모님께 물려받은 가장 큰 선물.
    고민 우체동에 편지가 쌓였다.
    답장을 쓰느라 밤새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다가
    새로운 생각이 떠올랐다
    남자친구 만드는 방법 알아?
    미안, 그 방법은 나도 모르겠어.
    혼자서도 잘 놀 수 있는 비법이 뭐야?
    책이야. 혼자처럼 보이지만 책과 함께 있거든. 책은 나에겐 친구야 소중한 친구.
    지금 읽고 있는 어린왕자 책 빌려줄 수 있어?
    당연하지.
    재미있어서 누구에게 추천해주고 싶었는데 기쁘다.
    나 꼭 반장이 되고 싶어 포기해줘.
    너의 간절함이 강하게 느껴진다.
    포기라기보다 내게 더 어울리는
    자리가 있는 것 같아서 나도 생각 중이야.
    너처럼 나도 책을 좋아하고 싶어.
    나도 처음부터 책을 좋아하진 않았어.
    심심할 때 TV를 보는 대신
    책을 읽어봐.
    독서 동아리 같이 할래?
    좋아.
    우리 반에 책을 좋아하는 친구가 있다니 반갑다.
    반장이 됐다.
    그냥 반장이 아니라 독서 반장.
    고민 우체통에 담긴 아이들의 글을 보니
    내가 우리 반에서 해야 할 일이 뭔지 알게 됐다.
    내가 좋아하는 독서를 아이들에게 전파하는 것.
    선생님과 아이들에게 건의했더니 흔쾌히 찬성했다.
    만장일치로 난 독서반장에 당선되었다.
    매주 수요일 0교시 독서토론 시간이 만들어졌다.
    혼자 읽는 것도 즐겁지만
    함께 읽는 것도 즐거웠다.
    나는 내가
    조용히 혼자 노는 것만 좋아하는 아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선생님의 관찰과 지지를 통해
    함께 어울려 노는 것도 좋아하는 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선생님에 대한 감사함은
    3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하다.
    선생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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