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ep Focus] Music For Studying, Concentration and Work Peaceful playlist
Vložit
- čas přidán 20. 06. 2024
- **흰 우유곽과 붉은 교환일기장
그 시절 우리에게 주어진 미션은 반마다 제공되는 흰 우유를 모두 마셔야 한다는 것이었다. 지금은 초코맛, 딸기맛 등 다양한 것 같으나 초창기에는 아주 새하얀, 아무것도 가미되지 않은 깨끗한 빛깔의 흰 우유였다.
(학교에서 맛 ‘있는’, 그러니까 정말 무언가의 맛이 첨가된 우유를 먹을 수 있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그게 당연한 것으로 자리잡다니... 시간의 성급함에 놀랄 따름이다.)
아침마다 각 학급의 당번이 청록색 격자무늬로 짜여진 상자를 들고 오면 우리는 한 명씩 손바닥 크기만한 우유곽을 집어갔다. 성장기에는 우유를 꼭 먹어야 잘 클 수 있대나. 본인은 그 흰 액체를 좋아하는 편이라 무리없이 먹었지만, 티없이 순백한 맛이 고역이었던 몇몇 친구들은 선생님 몰래 스리슬쩍 가방에 넣어두거나 다른 친구에게 넘겨주기 십상이었다.
먼지 한 톨이라도 들어가면 바로 눈에 띄던 그 새하얀 빛깔과 반대로 이때를 추억하면 떠오르는 또 한 가지 색이 있으니, 바로 붉은색이다. 정확히 말하면 짙은 핑크빛에 가까울 것이다. 어린 본인의 취향을 반영한 거랄까. 가운데에 큰 하트가 큼직하게 그려진(지금이라면 기겁할만큼 아주 휘황찬란한 비즈가 박혀있던 것은 밝히고싶지 않았다.) 교환일기장. 옆 귀퉁이에 걸린 작은 자물쇠는 덤이었다.
아무런 오염도 닿지 않은 채, 꿀꺽 꿀꺽 우리의 몸으로 들어오던 흰 액체와 달리 붉은색 일기장에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소란과 갖가지 요동치는 고민이 담겨있었다. 우유 썩은내처럼 고약한 악취를 풍기는 질투의 감정부터 달큰한 설탕 내음의 첫사랑까지 말이다.
엄지 손톱만큼 작디 작은 자물쇠에 잠긴 성장기의 이야기들은 오직 그 자물쇠에 꼭 맞는 열쇠가 있어야만 볼 수 있었고, 그 열쇠를 가진 사람을 우리는 베프(베스트 프렌드)라고 불렀다.
힘으로 열어볼 수는 있었지만 모두가 그러하지 않았던. 소소한 배려가 담긴 우리들만의 암묵적인 규칙은 종이뭉치에 담긴 비밀들을 지켜주었고, 성장기라는 단어를 대변하듯 우리는 그 속에서 많은 것들을 토해내었고, 같이 아파했고, 같이 울었고, 같이 즐거워했다.
매년 키와 몸무게 등 숫자로 표기된 신체검사로는 알아챌 수 없었던 오직 너와 나만의 이야기.
붉은색 작은 공책에는 그들의 한때가 담겨져 있다.
영화: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Memento Mori, 1999)
------------------------------------------
𝐈𝐧𝐬𝐭𝐚𝐠𝐫𝐚𝐦
/ _hyoaaa
𝐬𝐨𝐮𝐧𝐝𝐜𝐥𝐨𝐮𝐝 (𝚑𝚢𝚘-𝚓𝚞𝚗𝚐)
/ qxnnsfk64bhgkyxp8
𝐒𝐩𝐨𝐭𝐢𝐟𝐲
open.spotify.com/user/31j3okd...
𝐛𝐮𝐬𝐢𝐧𝐞𝐬𝐬
www.unearth.co.kr/19
※ 본 채널은 수익창출을 하지 않습니다.
※ 사전 허가 없는 무단 도용 및 배포를 금합니다. - Hudba
**흰 우유곽과 붉은 교환일기장
그 시절 우리에게 주어진 미션은 반마다 제공되는 흰 우유를 모두 마셔야 한다는 것이었다. 지금은 초코맛, 딸기맛 등 다양한 것 같으나 초창기에는 아주 새하얀, 아무것도 가미되지 않은 깨끗한 빛깔의 흰 우유였다.
(학교에서 맛 ‘있는’, 그러니까 정말 무언가의 맛이 첨가된 우유를 먹을 수 있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그게 당연한 것으로 자리잡다니... 시간의 성급함에 놀랄 따름이다.)
아침마다 각 학급의 당번이 청록색 격자무늬로 짜여진 상자를 들고 오면 우리는 한 명씩 손바닥 크기만한 우유곽을 집어갔다. 성장기에는 우유를 꼭 먹어야 잘 클 수 있대나. 본인은 그 흰 액체를 좋아하는 편이라 무리없이 먹었지만, 티없이 순백한 맛이 고역이었던 몇몇 친구들은 선생님 몰래 스리슬쩍 가방에 넣어두거나 다른 친구에게 넘겨주기 십상이었다.
먼지 한 톨이라도 들어가면 바로 눈에 띄던 그 새하얀 빛깔과 반대로 이때를 추억하면 떠오르는 또 한 가지 색이 있으니, 바로 붉은색이다. 정확히 말하면 짙은 핑크빛에 가까울 것이다. 어린 본인의 취향을 반영한 거랄까. 가운데에 큰 하트가 큼직하게 그려진(지금이라면 기겁할만큼 아주 휘황찬란한 비즈가 박혀있던 것은 밝히고싶지 않았다.) 교환일기장. 옆 귀퉁이에 걸린 작은 자물쇠는 덤이었다.
아무런 오염도 닿지 않은 채, 꿀꺽 꿀꺽 우리의 몸으로 들어오던 흰 액체와 달리 붉은색 일기장에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소란과 갖가지 요동치는 고민이 담겨있었다. 우유 썩은내처럼 고약한 악취를 풍기는 질투의 감정부터 달큰한 설탕 내음의 첫사랑까지 말이다.
엄지 손톱만큼 작디 작은 자물쇠에 잠긴 성장기의 이야기들은 오직 그 자물쇠에 꼭 맞는 열쇠가 있어야만 볼 수 있었고, 그 열쇠를 가진 사람을 우리는 베프(베스트 프렌드)라고 불렀다.
힘으로 열어볼 수는 있었지만 모두가 그러하지 않았던. 소소한 배려가 담긴 우리들만의 암묵적인 규칙은 종이뭉치에 담긴 비밀들을 지켜주었고, 성장기라는 단어를 대변하듯 우리는 그 속에서 많은 것들을 토해내었고, 같이 아파했고, 같이 울었고, 같이 즐거워했다.
매년 키와 몸무게 등 숫자로 표기된 신체검사로는 알아챌 수 없었던 오직 너와 나만의 이야기.
붉은색 작은 공책에는 그들의 한때가 담겨져 있다.
𝐏𝐋𝐀𝐘𝐋𝐈𝐒𝐓
00:00 Piano Shoegazer - Mot - 날개(Piano Cover)
01:57 Yuriko Nakamura - WInter Romance
06:43 cleane - love
09:15 FR:EDEN - If you can't fall asleep
13:06 Ranez - I know I can not, but I want to rest
15:17 LA TRUE - secret lies in the life
19:08 FRUM - Concern(Secret Track)
21:45 호수 - Brown
24:15 yrrowtnob - 믿음과 사랑
26:37 mul - 여고괴담2 ost maintheme(Cover)
5:49
내 질투에서 썩은 냄새가 난다니...... 질투와 관련된 많은 표현들 중 난생 처음 듣는 표현이지만 꼭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아서 낯썰지 않은, 오랜 시간 동안 제 머릿속에 각인될 표현이 될 것 같네요...😢
낯썰지 않는다는 맞춤법도 제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습니다.
드라마 청춘시대 보셨나요? 그 드라마에서 나오는 대사인데.. 한동안 저도 그 대사에 깊은 여운을 느꼈어요
드라마 청춘시대 대사예요 완전 명장면
청춘시대에 나온 명대사예요 진짜 청시 명드
@@user-cf1hr6gy9r 진짜 재밌게 봤는데, 오래전에 본 드라마라 대사만 기억이나서 답답했는데 해결했어요ㅜㅜ
제목 보고 머리가 한순간 띵 해진 건 처음인 것 같아요. 나에게조차 감추고 있었던 누굴 향한 질투가 꺼내지면서 ‘아 지금까지 오랜 세월 동안 널 향한 질투가 해소되지 못한 채 썩어 왔었구나. 썩었지만 너무 오랫동안 서서히 썩어와서 그 냄새에 익숙해져 있었나 보다’
오! 제목 청춘시대 명대사인가요? 인상깊던 대사라 아직도 기억에 남아요!!
못 날개 좋아하는 곡인데 피아노버전으로 들으니까 느낌이 진짜 많이 달라져서 정말 신기해요
여고괴담2 이거 정말 인상깊게 봤던 공포영화.. 난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왜 넌 끝내려하니 .. 이런 좌절감이 느껴졌었음 ㅠㅠ 참 슬펐던 플리 너무 좋아요 미쳤어
오래된 여름 밤 향기가 나요ㅎㅎㅎㅎ오늘 플리도 잘 듣겠습니다:)
미쳐...효정님 책 내주세요ㅠㅠㅠ 소설이랑 에세이 다 좋아유ㅠㅠㅠㅠㅠㅜㅜ
당신의 넓고 깊은 음악 스펙트럼과 감성을 사랑해요 효정🥹💟
곡 선정, 영상 질감 하나하나 너무 어울리듯 조화로워요.. 너무 좋아하는 플리가 될 것 같네요
꼼꼼했다는 기억없이 꼼꼼함이 기억에 남겨진, 한국문학도 뭣도아닌 인간같지 않은 타이틀이네요.. 가는귀로 잘듣고 있습니다. 음 저는 좋아요.
오프닝 지려버렸다....
곡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음악 감사드려요☺️
참 웃기지 않아?
고작 썩은 우유 하나가, 사람을 죽일 수 있는 거대한 것이 된다는게.
그리고, 그 재료가 사람들이라는게.
여고괴담2....!!
흰우유..제티와 초코,딸기맛 스트로우 하나면 학급을 아우를 수 있는 권위가 주어지던 시절..초코맛,바나나맛 우유가 랜덤으로 나오던 금요일을 제외하고는 그때만은 내가 반 친구들을 굴릴 수 있던, 알새우칩과 피크닉을 쟁취할 수 있던 최고의 전성기였다
...여름이었다?
진짜로요…
난 내 냄새가 향기로운 줄 알았다.
그럴 수밖에, 나는 가방에 밍밍하고 비린 흰 우유를 묵힌 것처럼, 네게 시기하고 부러워하는 감정을 느낀 것을 마음에 묵묵히 묵혀두었다. 우유는 자신의 존재라도 알리듯 내 가방에서 썩어갔고, 내 질투는 썩어가 열등감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