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이 춤추는 도서관 / 2023년 시낭송 24강 / 군고구마 굽는 청년 / 정호승 / 우표 한 장 붙여서 / 천양희 / 우리나라 대표 애송시 / 김윤아 시낭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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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čas přidán 27. 12. 2023
  • 군고구마 굽는 청년 / 정호승
    청년은 기다림을 굽고 있는 것이다
    나무를 쪼개 추운 드럼통에 불을 지피며
    청년이 고구마를 익기를 기다리는 것은
    기다림이 익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사람들이 외투 깃을 올리고 종종걸음 치는 밤거리에서
    뜨겁게 달구어진 조약돌에 고구마를 올려놓고
    청년이 잠시 밤하늘을 올려다보는 것은
    기다림이 첫눈처럼 내리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청년은 지금 불 위의 고구마처럼 타들어가고 있을 것이다
    온몸이 딱딱하고 시꺼멓게 타들어가면서도
    기다림만은 노랗게 따끄따끈하게 구워지고 있을 것이다
    누군가에게 구워진다는 것은 따끈따끈해진다는 것이다
    따끈따끈해진다는 것은 누군가에게 맛있어진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그 누구에게 맛있어 본 적이 없었던 청년이
    다 익은 군고구마를 꺼내 젓가락으로 쿡 한번 찔러보는 것은
    사랑에서 기다림이 얼마나 성실하게 잘 익었는가를
    알아보려는 것이다
    우표 한 장 붙여서 / 천양희
    꽃 필 때 널 보내고도 나는 살아남아
    창 모서리에 든 봄볕을 따다가 우표 한 장
    붙였다 길을 가다가 우체통이 보이면
    마음을 부치고 돌아서려고
    내가 나인 것이 너무 무거워서 어제는
    몇 정거장을 지나쳤다 내 침묵이 움직이지
    않는 네 슬픔 같아 떨어진 후박잎을
    우산처럼 쓰고 빗속을 지나간다 저
    빗소리로 세상은 여위어가고 미움도 늙어
    허리가 굽었다
    꽃 질 때 널 잃고도 나는 살아남아
    은사시나무 잎사귀처럼 가늘게 떨면서
    쓸쓸함이 다른 쓸쓸함을 알아볼 때까지
    헐한 내 저녁이 백년처럼 길었다 오늘은
    누가 내 속에서 찌륵찌륵 울고 있다
    마음이 궁벽해서 새벽을 불렀으나 새벽이
    새 벽이 될 때도 없지 않았다. 그럴 때
    사랑은 만인의 눈을 뜨게 한 한 사람의
    눈먼 자를 생각한다 누가 다른 사람
    나만큼 사랑한 적 있나 누가 한 사람을
    나보다 더 사랑한 적 있나 말해봐라
    우표 한 장 붙여서 부친 적 있나

Komentáře • 11

  • @user-kd1jj9pe5d
    @user-kd1jj9pe5d Před 6 měsíci +1

    섣달 그믐날을 앞두고 따뜻한 시낭송 고맙습니다.
    정호승 시인의 시를 듣고서
    군고구마 굽는 청년의 마음이 됩니다. 모두의 염원이 미래에 싹 틀 소중한 씨앗이 되었으면...
    천양희 시인의 시를 들으며 문득 마음이 가난해 집니다.
    밖에 함박눈이 내리네요.
    내리는 눈만큼 세상이 여위고, 갈피 못잡는 발자국 다 묻어 주었으면...

  • @user-sj7os2hu4c
    @user-sj7os2hu4c Před 6 měsíci +1

    김윤아 선생님의 시를 들려 주셔서 참 감사합니다 선생님의 시 듣고 가슴이 저려오는 사랑을 느끼는 아침입니다 고맙습니다

  • @user-gu8uh4ps2m
    @user-gu8uh4ps2m Před 6 měsíci +2

    '마음이 가난한 자는 詩가 있나니'
    주제로한 올해 마지막 24강은 찐한 감동이 전해옵니다
    절실하다 못해 처절한 사랑에 여러분은 어떨때 우표 한 장 붙이시나요? 물음에 나는 그런 사랑이 있기나 했을까 하는 생각에 숙연해집니다
    군고구마 굽는 청년에 젓가락으로
    찔러보는 것에 어마한 비유가 있음을 배우며 시를 다시 생각하는 값진 시간이였습니다
    가슴이 먹먹하고 울컥하게하는 대표님의 시낭송 그저 감사합니다
    새해 복으로 맞으시길요♡

  • @user-nf1hu1qm8e
    @user-nf1hu1qm8e Před 6 měsíci +1

    추운겨울 따뜻한 하루 되세요^^

  • @user-yi8zu3hh3n
    @user-yi8zu3hh3n Před 5 měsíci

    좋은 시낭송 감사해요~^^

  • @user-tx1rx1jt6q
    @user-tx1rx1jt6q Před 6 měsíci +1

    언제들어 도 상큼합니다~~^^

  • @user-gf7ml8nn4u
    @user-gf7ml8nn4u Před 6 měsíci +1

    우표한장붙여서 간만에 선생님의 미성으로 들으니 또 새롭습니다~~

  • @user-lx6ir5vu5r
    @user-lx6ir5vu5r Před 6 měsíci +1

    낭송 잘 들었습니다
    군고구마를 먹고싶고
    우표 한장 붙이는 일을 만들어 보고 싶네요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

  • @user-fu5ck3uh9o
    @user-fu5ck3uh9o Před 6 měsíci

    이 추운 겨울
    따뜻하고 예쁜 추억에 젖게하네요^^~감사합니다

  • @Kimyungdam
    @Kimyungdam Před 6 měsíci +1

    추운 날씨에 따스한 봄날같은 시낭송 잘 들었습니다 ~~

  • @user-re7dm5fu8k
    @user-re7dm5fu8k Před 6 měsíci +2

    군고구마 ~ 어릴 때 소죽끓이던 할머니가 부엌 아궁이 불을 꺼내 고구마를 뭍어 두었다가 잘 구어진 고구마 껍질을 벗겨 따끈한 사랑을 담아 호호 불어 내 입에 쏙 넣어 주시던 할머니의
    따끈한 사랑이 몹시도 그리워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