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릉 김현철의 회화세계-초상화. 춘향영정 제작.시중재.신빛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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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čas přidán 12. 09. 2024
  • [춘향영정春香影幀 제작기]
    ‘춘향’은 18세기 중기, 그 문학적 구조가 완성된 판소리 ‘춘향가’에 나오는 주요 인물이다. 판소리 완판본 열녀춘향수절가와 경판본 춘향가의 첫 대목에 춘향이 등장한다. 5월 단오일을 맞아 한껏 몸단장을 한 채 향단이를 앞세워 광한루에 그네를 뛰기 위해 나오는 장면이다. 이때의 모습을 새로 그린 춘향상의 시·공간적 배경으로 삼았다.
    그림 속 춘향은 17세 전후 나이의 18세기 여인의 모습이다. 좌측을 향해 있는 자세로 우안팔분면전신입상(右顔八分面全身立像)의 초상형식을 취했다. 세로 173cm 가로 94cm 크기의 그림은 진주에서 생산된 비단을 바탕재로 하여 그렸다. 대부분 자연에서 채취 생산된 염료와 석채를 주 안료로 사용했으며 배채와 전채 과정의 전통채색화법에 의거 영정을 제작 완성했다.
    머리모양, 저고리, 치마, 신발, 노리개 등 옷차림 전반은 복식 전문가의 고증과 자문을 거쳐 그렸다. 판소리 춘향가의 시대적 배경이 되는 18세기 출토복식 유물을 재현, 제작해 이를 참고했으며 필요에 따라 조형적 변화를 주어 표현했다. 특히 18세기 화가인 신윤복 등 당시 풍속화가들의 그림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에서 춘향의 모습을 찾을 수 있었다.
    혼례를 치루지 않은 처녀들의 머리로는 땋은 머리인 ‘댕기머리’가 있으나 18세기 각종 연회도와 풍속화 등을 살펴보면 처녀들의 생머리로 ‘낭자머리’라는 벌생머리 형태가 있어 이를 취해 그렸다. 단오일에 춘향이 몸치레를 정성껏 한 모습의 머리에는 절개를 상징하는 대나무 뿌리 모양의 죽절비녀(죽절잠)를 꽂고 금봉채로 장식한 낭자머리(낭자쌍계) 형태가 보다 적절했기 때문이다.
    치마 저고리는 처녀나 젊은 부인의 복식색인 녹의홍상綠衣紅裳을 기본색으로 정해 초여름 색상에 잘 어울리는 다홍치마와 연두색 삼회장저고리로 표현했다. 18세기 출토복식에서 보여지는 무늬인 포도다람쥐문과 도류불수문을 각각 그려 넣어 다복, 다산, 장수 등을 기원하는 상징적 의미를 부여했다.
    춘향은 소매 끝에 흰 거들지를 단 처녀들의 예복용 저고리와 짧은 치마를 여러 겹 겹쳐 만든 속치마인 무지기치마를 받쳐 입었다.
    10대 여성의 맵시있는 체형에 어울리도록 저고리는 다소 소매통을 좁히고 기장을 짧게 했다. 반면, 치마는 배추잎처럼 부풀린 형태를 취해 저고리와의 대비감을 강조해 춘향의 인물상에 보다 생동감을 주었다.
    약간 좌측을 향해 서서 노리개를 쥐고 있는 양팔이며 치마 끝에 한쪽 신발을 살짝 드러낸 춘향상의 전체적인 모습은 정적인 느낌보다 동적인 자세이다.
    지난 1930년대 김은호 화백이 춘향영정을 제작할 때, 젊고 예쁜 춘향상을 그려주기를 원했다 한다. 금번 새롭게 춘향영정을 제작하며 예쁜 춘향의 모습보다 아름다운 춘향상을 그리려 했다. 사람에게 있어 아름다움이란 곧 한 시대를 살아가며 삶을 대하는 품격 있는 태도와 자세에서 비롯된다. 판소리 춘향가 속의 춘향은 총명하며 지고지순한 아름다운 여인으로 그려져 있기에 주체이며 당당한 삶을 영위한 춘향의 아름다운 모습이 춘향초상에 잘 드러나도록 힘썼다. 이러한 아름다움은 춘향영정제작에 앞서 남원 여인의 표본이 되어준 남원소재 여고생 7명의 모습에서도 엿볼 수 있었다.
    이제 ‘춘향영정‘은 모두 3본이 있다. 1931년에 그려진 작가 불명의 춘향상, 1939년에 김은호 화백에 의해 그려져 봉안되었으나 6.25때 유실되어 1961년 김화백이 다시 복원해 그린 춘향상 그리고 이번에 새로 제작된 춘향상이다.
    그림은 한 때의 시대상과 미감을 읽을 수 있는 창과 같다. 앞서 그려진 2본의 춘향상이 1930년대의 시대적 요구와 미감 또는 화법을 대변하듯, 이번에 새로 제작된 춘향상 역시 이 시대를 대변하는 하나의 창일 수 있겠다.
    판소리 춘향가가 시대를 달리하며 각색되어 전해지며 사랑받듯, 시대적 요구와 미감의 변천에 따라 각각 제작된 3본의 춘향영정이 함께 공존함은 자연스런 일이며 이를 통해 당시 시대상을 읽을 수 있겠기에 또한 의미있는 일이다.
    2023. 5. 25
    화가 김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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